kimjongpil_ed.jpg김종필 선교사
(13년 간 필리핀 선교사로 사역, GUMN(Global Urban Ministries Network) 창립멤버, ‘하라면 하겠습니다’ 저자)

20세기의 여명에 3분의 2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서구 세계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의 시작에는 3분의 2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비서구 세계에 살고 있다. ‘유럽 문명은 기독교,’‘기독교는 유럽’이라는 등식이 깨어졌고, 세계 기독교의 중심축은 서구에서 비서구권 이동을가빠르게 진행된지 오래 되었다. 2000년 교회사의 길고 긴 유럽 중심의 역사가 이제는 불과 100년 사이에 비유럽 또는 비서구권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비서구권 다쉐 기독교라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특히 기독교가 흥왕하는 라틴 아메리카나 사하라 남단 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특히 아시아권에서 기독교는 극소수 내지는 소수자로 남아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기독교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가 필리핀, 한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으로 손꼽히나 그 많은 기독교인 가운데서도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여전히 소수일 뿐이다. 기독교의 중심축 이동 가운데 세계 선교의 선두 주자인 미국을 뒤이어 선교의 역사를 이루고자 하는 한국 교회가 크게는 지구촌 기독교의 실상을 바로 보고, 조금 더 작게는 아시아 대륙 안에서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에 대한 고찰을 통해 지구촌 복음화를 위한 지혜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1. 21세기 조류 앞에서

21세기를 맞이한 지구촌 곳곳에는 명암이 갈리는 소식들이 들려 온다. 한번도 복음이 증거된 적이 없는 곳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 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들이다.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지역에도 복음이 들어 가게 된 사역에 100여년 수동적 위치에 있던 한국 교회가 이제는 능동적 위치에 서서 적극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세계 복음화를 향한 선교의 사명은 전략을 짜서 전략데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 아닌 그야말로 불확실성 속에 복음의 진리를 전파해야 하는 전면전 상황이다.

서구 열강이 휩쓸고 간 자리에 확연히 남아 있는 식민주의 선교(Colonial Mission)의 잔해 뒤에는 반서구적 정서로 뭉쳐진 후기 식민주의 선교(post-colonial mission)의 역풍이 남아 있다. 리츨의 합리주의 신학의 영향으로 이성주의적 신학이 몰고 간 자리에는 성경의 정경성과 무오성을 송두리채 부인하는 후기근대주의(post-modernism)의 영향을 받은 개인주의적 신학 조류가 서구 신학계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계몽주의 이후 잘박힌 못처럼 인본주의(humanism)는 초자연적 하나님의 역사를 부인하고 ‘하나님’의 이름은 사라지고 ‘인간의 이성’과 ‘인간의 자유’가 그 자리를 대체하였다. 도시화, 산업화, 합리화의 큰 조류는 세속화(secularization)의 쓰나미가 되어 각 서구 국가를 덮쳐 버렸다. 서구 교육계의 교재에는 합리주의에 기반을 둔 이성주의(rationalism), 지성주의(intellectualism) 와 진화론이 하나님의 말씀과 창조를 버젓이 학교 강단에서부터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급속히 빠르게 교류하는 정보 산업주의 (Information-technologism)는 개개인이 여과를 하기도 전에, 아니 소화도 하기 전에 홍수처럼 많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자료와 통계를 쏟아 내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다수인들은 여전히 마실 수 있는 진리의 생수를 갈급하나 갈증은 심해져 간다. 여기에 거대한 세속주의 바다 앞에 놓인 사람처럼 우리의 선교가 나아갈 방향과 해야할 당위성이 무언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땅끝까지 복음을 증거하겠다는 우리의 결단은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항해하기도 전에 수많은 난관과 암초 앞에 좌초할지도 모른다.

2. 선교 역사를 통해 본 한국교회

서구 선교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은 서구 식민주의 선교이다. 이는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가마(Vasco da Gama_가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을 1498년 처음으로 발견한 이후 서구 식민주의 선교가 열렸기 때문이다. 서구 식민지 시대는 이때로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료까지 지리적 팽창과 함께 좋든 나쁘든 피식민지 국민들에 ‘기독교는 서구 열강의 도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 지리상의 발견 이후에 서구권 식민주의와 팽창주의의 무력과 지배를 통해 종교와 정치가 하나된 정교일치를 통한 집단 개종과 회심이 선교지에서 수행되었다. 종교를 통해 순응적 식민지를 만들고, 정치를 통해 종교가 기생하는 왜곡된 식민주의 선교가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식민주의 선교는 동인도 회사와 영국국교회의 밀착 지배, 대영제국의 칼날 아래 타교파 내지는 다른 교단 선교부를 들이지 않는 실례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 천주교 선교를 가장 식민주의 선교의 도구로 사용한 나라는 역시 스페인과 포루투갈이지만 프랑스도 이점에 있어서는 결코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

이런 식민주의 선교의 대세 가운데 일어난 선교가 바로 근대 선교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었던 1792년 윌리엄 캐리(Wiiliam Carey)가 주도한 근대 선교(modern mission)운동이다. 이는 같은 시기에 일어난 부흥운동과 함께 함으로 복음주의적이고 부흥적인 해외 선교가 가능했던 혁신적인 선교운동이다. 이는 식민주의 선교와 사실은 맥락을 같이 하지는 않으나 시기적으로는 식민주의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기간이다. 1792년 윌리엄 캐리(1761‐1834)가 인도를 향해 시작한 근대 선교는 역사의 좌표를 바꾸는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이는 유럽의 복음주의 근대 선교의 기본 원칙들 가운데 회심, 성결, 교제와 증인 가운데 바로 증인의 삶을 사는 것이 자국민 뿐 아니라 복음의 영향권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우리는 가야한다는 초청에 부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근대 선교는 처음에는 해안 선교(1792‐1910)를 유럽 교단을 중심으로 몇개 국가에 집중함으로 이루어졌다. 그러기에 지구를 펴 놓고 보면 유럽의 각국가 특별히 몇개 나라에 선교를 집중한 것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해안가에 정착하여 해안선을 따라 내륙으로 들어 가는 지정학적 선교를 감당했던 것이다. 윌리엄 캐리를 필두로 근대선교는 각 국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교회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모리슨(Robert Morrison)은 중국 남부로 (1809)가 선교의 교두보를 쌓았다. 테일러(Judson Taylor)는 중국 대륙으로 (1865)으로 들어 중국 내지 선교회(China Inland Mission)를 세웠고 후에 이 선교회는 OMF로 발전한다. 인도로 갔던 저드슨(Adoniram Judson)선교사는 버마로(1813)로 건너가 버마의 등불이 되었고 그들 말로 된 성경을 직접 번역하였다. 아프리카의 부흥의 예견했던 리빙스턴(Divid Livingston)은 아프리카로 (1841)로 건너가 아프리카 횡단을 통해 복음화의 로드맵을 그려냈다. 이러한 근대 선교의 흐름은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와 온 세계에 전파되었다.

근대 선교는 크게는 식민주의 선교 안에 포함되지만 19세기 말에 진행된 허드슨 테일러의 내지 선교는 교회 개척을 통한 직접 선교 즉 항만을 중심으로 외교구락부 선교가 아닌 바로 현지인에게 복음을 증거하였던 개척 선교(1865)의 시작이었고 이 개척 선교는 식민주의 선교가 끝난 뒤에도 그 명맥을 1980년까지 이어갔다. 테일러의 중국 내지 선교회(China Inland Mission)은 아프리카 심장선교회(Heart of Africa Mission)으로 후에 WEC으로 개명되었고, 아프리카를 지칭하는 것과 동일했던 수단 선교회(Sudan Inland Mission)고 개척 선교의 큰 흐름에는 대동소이하였다. 식민주 당국에 아부하며 유럽인 대상으로 교회를 했던 식민주의 선교의 일면은 개척 선교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들은 현지인화 전략을 운영하였고 또한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전략 선교를 감당하였다.

근대 선교의 꽃봉우리 가운데 피어났던 개척 선교 가운데 우리가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은 당시의 선교사로 나간 사람들의 대부분이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제1차 해외 선교 운동과 무디의 해외선교자원 운동에 이르는 19세기 전반에 흐르는 복음주의 부흥의 뿌리와 연관이 깊다는 점이다. 부흥운동과 해외 선교는 이처럼 불가분리의 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근대선교도 크게 그리고 길게 보면 식민주의 선교의 큰 흐름의 일부분의 기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근대 선교가 꽃을 피우고 20세기로 건너 오면 19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를 통해 지구촌 복음화를 당시 시대에 이루자고 천명하지만 인류는 얼마되지 않아 가장 참혹한 2차에 걸친 세계 대전을 맞게 된다. 크게 보면 기독교 진영이 기독교 진영을 향해 총부리를 겨루었던 세계대전은 참혹한 기독교 쇠퇴의 후속타를 맞게 되고 길고 길기만 했던 식민지주의는 그 종말을 고하게 된다.

세계 대전 이후 급속히 감퇴한 서구 교회는 본국 선교부들을 불러 들이기 시작하고 급기야 선교 모라토리옴 즉 선교 지불유예 선언을 하고 만다. 20세기에 들어와 두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전쟁 이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은 대부흥의 결과로, 지속적인 쇠퇴의 곡선을 긋게 된 서구 교회는 더 이상 해외 선교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즈음에 새로운 선교의 주자로 1980년 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이요 또한 한국교회였다.

3. 미전도 종족 선교의 한 가운데 서 있는 한국교회

지리상의 관점에서 보면 교회가 없는 지역, 복음이 전파되지 않은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그 지역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진행해 보면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타운젠드 (William Cameron Townsend, 1896.1982)는 바로 이점에 착안하여 지구상의 모든 종족을 언어학적그룹(ethnic linguistic group)으로 나누었다. 그는 이 언어학적 그룹의 발전을 조사하고 사역하기 위해 SIM(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193)와 위클리프 성경번역 선교회 (WBT: the Wycliffe Bible Translators.1942년, JAARS .1948년)의 설립을 통해 종족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사역을 시작하였다. 선교 개념의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성경을 그들의 언어로 듣게 하는 것은 언어적 문제 뿐 아니라 문화의 해석과 상황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세기말 선교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미전도 종족 선교이다. 1982년 3월 시카고에서 미전도 종족 선교 회의가 개최되어 “미전도 종족이란 자신의 종족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크리스챤의 자생적 공동체가 없는 종족집단”이라는 선언이 있게 된다. 언어 구분에서 인종 구분으로 발전해 가게 된 것이다.

고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가 세운 세계선교센터(World Mission Center)의 2010년 보고에 따르면 전세계 종족은 24,300여개로 나와 있다. 이들 중 복음이 전파된 종족은 16,000 여개에 달하며 그 인구는 대략 40억에 달한다.

40억이라는 인구는 복음화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삶 가운데 그 지역에서 적어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복음을 접하기 어려운 미전도 종족은 8000여개 종족으로 집계되었고 그 인구는 무려 27억으로 전세계 인구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단 한번도 복음을 듣지 않은 종족은 현재 3300 여개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다. 이 3300개 종족은 언어 구분으로 할 때에 4000개의 언어 그룹이 된다. 이들을 계수하면 약 4억의 인구(약 4,000종족: 약 3,000언어)가 되며 이를 선교학계에서는 ‘미 대상지역 종족(untargeted people)'이라고 부른다. 미대상지역 종족과 더불어 미전도 종족 8000개에 대한 구분을 통해 복음 전파의 가능성을 알수 있다. 미전도 종족에 대한 상태를 상세히 조사해 보면 토착 교회가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사역이 없는 그룹으로서 지구촌 전체 선교사의 10% 만이 이들 종족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4,300여개 종족 가운데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종족은 10,000여개로 집계되었고, 이슬람을 믿는 모슬렘 종족은 4100 여 개, 민속종교(Folk Religion)를 믿는 종족은 무슬림 종족과 비슷한 숫자인 4000여개, 그리고 힌두교를 믿는 종족이 3400여개 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세계에 가장 복음화가 안된 종족은 무슬림, 민속종교와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인 셈이다. 그리고 10억에 달하는 불교도들이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미전도 종족의 실태를 보면 지구촌 선교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명약관화해진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선교가 기독교 지역이 아닌 이슬람권, 힌두권, 민속 종교권 그리고 불교권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세계 선교사들의 분포도를 보면 이상적 선교 분포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 전체 복음주의 선교사들 중 90%가 미전도 종족 지역이 아닌 이미 복음이 전파된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다. 지구촌 전체 선교사의 73%가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종족 가운데 사역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복음이 들어 가기 힘든 지역에 접근 가능하도록 문이 열린 디아스포라를 통한 선교는 우리 시대의 가장 놀라운 사역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