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한국에 들어온 시기는 대체로 90년 중 후반으로 볼 수 있다. 90년 중반에 북한 땅의 대기근으로 인해 탈북자들이 국경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갔으며, 그들이 제3국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시작한 해는 본격적으로 1990년 후반~2000년 초반이다. 그 이전만 해도 한국교회는 90년 중반에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넘어온다는 소식에 선교사들을 보내어 중국 땅에서 북한인을 만나 선교와 구제의 일들을 진행했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분단 후 최초로 북한인이 남한 땅에서 남한교회라는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한국교회가 북한인을 만나서 이들을 교회 안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북한선교를 위해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기도해 왔으며 그 결과로 북한인이 한국과 한국교회에 들어오게 된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90년 후반과 2000년 초반까지는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의 대부분은 기독교계통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국 선교사나 목사 등이 중국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로 보인다.

1. 한국교회의 탈북민 맞이하기

한국교회는 우선 대형교회 위주로 탈북민을 맞이하였다. 규모가 있는 교회가 먼저 움직인 것은 탈북민을 조직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재정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대형교회의 뒷받침이 없이는 탈북민을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각 교회가 탈북민을 받아들인 시기는 다음과 같다. 1999년 순복음교회 자유시민대학, 영락교회 자유의 사람, 2001년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 2003년 온누리교회 하나공동체, 거룩한빛광성교회 북한선교부, 2004년 수영로교회 북한선교부, 2005년 사랑의교회 북한사랑의선교부 등이다.

각 교회는 탈북민을 한국교회의 일반 성도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탈북민을 위한 부서를 따로 편성해서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탈북민을 남한 성도와는 다른 대상으로 보았음을 전제로 하며, 우선적인 양육과 보호를 거친 다음 일반 남한 성도의 공동체로 동화, 편입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탈북민 부서가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지는 않았다. 각 교회의 실정에 맞게 탈북민 부서들도 나름대로 특색 있게 운영되었다. 그러나 대동소이한 점들은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탈북민 부서를 담당할 담당 교역자를 세웠다. 이는 중요한 요소인데, 담당교역자가 있는 교회와 없는 교회의 차이는 확연하다. 담당교역자 없이 평신도 위주의 사역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이는 탈북민의 물질적 요구는 감당할 수 있어도 영적 요구는 평신도사역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탈북민 사역은 영적 필요를 채우는 데까지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2) 탈북민을 양육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았다. 이는 남한교회가 자유를 찾아서 온 탈북민을 긍휼의 대상으로 보고 이들을 섬기는 방식이었다. 탈북민은 남한교회가 품어야 할 대상이었고, 이들을 품는 것은 남한교회의 사역 초기에는 물질을 제공하고 신앙적 돌봄을 하는 관계였다.

3) 이러한 긍휼의 관점은 부서의 조직을 남한 성도는 봉사자로서 섬기는 자로, 탈북민은 섬김을 받는 대상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게 했다.

4) 섬기는 자와 섬김을 받는 자의 조직체는 그 구조가 확정돼 버리면, 섬기는 자와 섬김을 받는 자는 바뀌어도 그 구조는 그대로 지속하기 마련이다. 즉 남한 봉사자의 섬김의 연한은 2~3년 정도이며, 탈북민도 자신들의 욕구가 채워졌을 때에는 언제든지 그 부서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서 세우기 방식의 탈북민 선교는 어떤 장단점이 있었을까.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 탈북민 부서의 장점

-북한 성도들이 초기에 물질적, 영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남한 성도들은 교회 내에서 자신들이 봉사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한다.

-교회는 탈북민 부서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선교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자부심을 갖게 되고 사명감을 계속 가지게 된다.

2) 탈북민 부서의 단점 또는 제약


-탈북민의 교회 개념의 혼동이 생길 수 있다. 탈북민부서는 탈북민과 남한 성도가 함께 교제하면서 예배공동체로 발전하는데 교회 본 예배를 드린 후에 또다시 탈북민부서 예배에 참여하게 될 때 예배를 두 번 드리게 된다. 이럴 경우 탈북민은 거의 탈북민부서 예배에만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신앙이 약한 그들이 하루에 두 번의 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부서예배에 참여하면 그 부서가 독립적 교회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교회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실제로 제한이 생길 때 부서를 이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부서 교역자가 주기적으로 바뀌게 되면 탈북민이 떠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또한 신앙이 자라는 탈북민이 교회 내에서 뭔가를 하고 싶지만, 부서에서만 머물러야 하는 한계를 인식한 후에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생긴다.

-남한 성도들에게 탈북민부서는 봉사의 차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탈북민부서로 봉사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북한선교를 위한 동기 때문이거나 탈북민을 섬기고 양육하고자 함이다. 즉 남한 성도들에게 본 예배는 반드시 드려야 하고 본교회의 모든 섬김을 함께 하면서 탈북민 부서를 섬기는 일은 엑스트라 사역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탈북민부서의 섬김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사역이다. 그러다 보니 2~3년 정도 섬기면 탈진현상이 생겨나고 봉사를 쉬거나 부서를 떠나는 경우가 많게 된다. 또는 부서를 오래 섬겨도 탈북민의 영적 성장이 더딘 것을 보게 되면서 낙망하거나, 아니면 관리자로만 남게 되는 경향이 있다.

-교회는 탈북민부서가 존재함으로 생기는 유익도 있지만, 탈북민 부서가 과도하게 성장하거나 약해지거나 두 경우 모두 부정적 인식을 하게 된다. 탈북민부서가 성장하게 되면 탈북민이 보여주는 다른 행동양태로 인해 부정적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탈북민 부서가 성장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렇게 투자했는데도 결과가 빈약함에 대해 탈북민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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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평양교회는 국내 탈북자교회 중 가장 먼저 설립됐다.
2. 탈북민 목회자들에 의한 탈북민 선교

남한 대형교회 위주의 탈북민부서 세우기에서 탈피하거나 아니면 탈북민 신학생, 목회자 그룹에 의한 독자적인 탈북민 선교의 물줄기가 형성되었다. 이들은 탈북민으로서 남한에서 신학을 하고 교회를 개척하는 형태로 탈북민 선교를 감당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탈북민 목회자들이 담임목회를 하기 때문에 탈북민 성도가 주를 이루고 남한 성도들이 보조적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교회는 다음과 같다.

열방샘교회(이성규 전도사, 2004년 9월), 새평양 순복음교회(엄명희 목사 개척, 박상식 목사 시무, 2004년 9월), 새터교회(강철호 목사, 2004년 12월), 창조교회(심주일 목사, 2005년), 천안 바울선교교회(박설화 전도사, 2006년), 꿈의교회(석경애 전도사, 2009년), 평택성비전교회(송신복 목사, 2009년), 양천구 기쁨나눔교회(이에스더 전도사, 2010년), 하나로교회(유대열 목사, 2011년), 새희망샛별교회(마요한 목사, 2011년), 하나목양교회(송혜연 전도사, 2012년), 제주 한백선교회(김순교 전도사, 2013년), 김해 새생명교회(주영순 전도사, 2013년), 행복이넘치는교회(오테레사 전도사, 2013년) 등이다.

탈북민 목회자가 세운 교회는 탈북민이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점과 북한문화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 그리고 탈북민 성도가 교회 안에서 자연스러운 신앙 성장이 가능하고 향후 북한교회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탈북민이 남한으로 내려와 정착해서 살 때 남한문화와 교회와는 담을 쌓고 그들만의 성을 쌓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탈북민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통일은 남과 북이 함께 사는 현실이며, 이것을 교회는 지금부터 연습하고 준비해야 한다.

n2.jpg3. 탈북민부서를 넘어서 통일한반도 교회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교회는 탈북민을 받아들여 그들을 부서 내에 존재하게 하였다. 이 부서를 통해 새롭게 정착하는 탈북민을 돌보는 일은 계속해서 진행되어야겠지만, 통일을 준비하고 앞장서서 일할 수 있는 탈북민 성도마저도 부서 내에 가두어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교회 내의 남한 성도들의 모임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탈북민과 남한 성도가 부서를 넘어서 온전한 교회 공동체를 세울 때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교회가 세워지면 여러 이점이 있는데 아래와 같이 열거할 수 있다.

1) 남한 성도는 봉사자, 탈북민은 섬김을 받는 자라는 도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2) 남한 성도가 두 번의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봉사라는 의무에 매일 필요가 없다.

3) 탈북민 성도도 시간이 지나면 부서를 떠나듯이 교회를 떠나지 않아도 되고, 신앙적 성장이 제한 없이 지속하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4) 교회는 북한선교를 굳이 외치지 않아도 북한선교가 자연스러운 공동체가 된다.

5)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교회를 세울 수 있는 자들은 탈북민 성도가 가장 유력한데, 이들이 남한에서 교회를 시작하는 경험이 향후 북한에서 교회 개척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6) 향후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으로 올라가는 이들이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이들 교회는 남한에서 모교회의 든든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7) 이렇게 남북이 함께 가는 교회는 남한교회들에게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교회 형태를 미리 보여줄 수 있다.

이제는 탈북민 성도를 교회 내의 부서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들이 많이 개척되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이러한 교회를 ‘2유형 교회’라고 명명하며, 이 2유형 교회들이 앞으로 통일 한반도 교회인 ‘3유형 교회’를 미리 보여주고, 통일 시 북에 올라가 남과 북이 함께하는 교회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우리 교회들이 외쳐왔던 ‘교회가 꿈꾸는 통일’은 ‘교회를 꿈꾸는 통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금부터 탈북민 선교의 패러다임을 통일 후 한반도교회를 준비하는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탈북민부서는 교회의 유익을 위해 유지해야 하고, 현재도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민의 실제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탈북민부서의 출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단순히 탈북민부서의 분화가 아닌 온전한 교회 형태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탈북민부서를 운영하는 교회에서 파생 돼야 가장 자연스러운 모양새다.

이 일을 1유형 교회인 한국교회가 2유형 교회를 잉태하여 파송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에 통일한반도교회인 3유형 교회를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이 일을 위해서 한국교회가 탈북민 사역을 시작할 때 필요한 몇 가지 실제적인 제언을 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1) 우선 기도모임을 교회 내에서 시작하라. 기도모임을 통해서 관심자들을 모으고 그들을 통해서 북한선교부서로 서서히 성장시켜 나가게 한다.

2) 탈북민부서나 통일선교부서가 있는 교회라면 담당교역자를 세워서 영적 리더십을 부여하라.

3) 한국 내 2유형 교회를 키워서 통일 시 북한교회를 지금부터 준비하라.

4) 2유형 교회와 연합하여 개 교회와 지역 사회에 통일선교가 주된 이슈가 되게 하라.

5) 3유형 교회(통일 시 북한지역에 세울 교회)를 2유형 교회와 함께 준비하되, 북한의 특정 지역을 선정하고 기도로 준비하라.

하광민 목사(생명나래교회 담임)
오픈도어선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