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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인생을 닮았다. 시작과 끝이 있고, 배움과 도전의 연속이며 좋은 스승과 동행자를 만나면 더욱 풍요로워지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인지 단 한 번의 여행을 통해서도 수십 년간 일상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한 자아를 발견하기도 하고,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인생에 필요한 배움을 얻는 여행, 자아를 성장시키고 삶의 큰 전환점이 되는 여행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꽃여행 안석현 대표를 3월 8일 서울 구로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럽지역 전문가인 그는 작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직접 기획·인솔했고, 오는 4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제14차 유럽한인CBMC 대회 직후 유럽 탐방 코스 책임도 맡았다.

비움으로써 배움과 채움을 얻는 여행

여행전문가이니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다녔겠거니 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부모님과 여행을 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영종도에 배 타고 들어간 기억, 중학생 때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한 차례 다녀온 기억 외에 없어요.” 25년째 유럽 지역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단순했다. “1990년대 여행 붐이 일기 시작할 때, 클리프 리처드가 주연한 ‘썸머 홀리데이’ 영화를 보고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후 여행할 기회를 더 많이 얻고 싶어 1994년 여행사에 입사했습니다.” 충분한 정보 없이 무작정 떠난 첫 유럽여행은 그에게 별 감흥을 남기지 못했지만, 그 경험 때문에 여행사에서 직접 팀을 이끌고 유럽을 다녀오고, 현지에서 유럽여행상품을 직접 기획하는 일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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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안석현 대표가 기획하고 인솔한 몽골 여행 중 말타기 체험사진. ⓒ사람꽃여행
ㅡ‘사람꽃여행’을 설립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1994년 아주관광 배낭여행부에 입사하여 FIT(Free Independent Travel, 개별여행) 위주의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아침편지 문화재단’에 입사하여 주제를 가진 테마여행을 추진하면서 여행이 인생과 많이 닮았고, 일상에서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나를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지난 2011년 별도 여행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ㅡ‘사람꽃여행’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비움’입니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틈새가 만들어지는데, 비움으로 만들어지는 이 틈새를 통해 보는 새로운 경험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배움’입니다.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배움은 소중합니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인간의 숭고한 노력의 흔적을 대할 때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겸허함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한 체험은 여행자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채움’입니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교감으로 얻게 되는 경험은 우리 인생의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배경을 얻는 것도 좋지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는 것이야말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채움’이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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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현 대표가 매년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태국 방콕에서 요즘 가장 핫한 장소인 네버 엔딩 섬머
(Never ending Summer)
카페 겸 아이디어 상품 판매점 및 서점,식당
사람꽃여행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20대의 안석현 대표는 원래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은 성격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전 불안에 떨기 일쑤였다. 그러나 여행의 초점을 ‘사람’에 두니 담대해지고 사명감도 생겼다.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여성과 그의 가족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프랑스 여행 코스를 짜주기도 했고, 세상을 향해 마음 문을 닫고 살던 고등학생 아이가 몽골 여행에서 꿈을 꾸게 되는 것을 보고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이 외에도 여행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사람들을 그는 수없이 봐 왔다. 회사 이름이 ‘사람꽃’인 이유도, 여행지에서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 회복을 보는 일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ㅡ킹덤컴퍼니 경영 원리(창조, 책임, 배려, 공의, 신뢰, 안식)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습니까.

“제 삶과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의 원리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비움, 배움, 채움은 모두 ‘창조 경영’에 해당합니다. ‘책임, 배려’ 또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진행할 때 예약한 것을 틀림없이 완성시키는 책임과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배려의 자세가 제겐 일상이 되었습니다.

여행은 서로에게 배우고 나를 알아가는 지름길입니다. 여럿이 동행하는 여행이 잘 되려면 특히 ‘공의, 신뢰, 안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여러 꽃이 모여 더욱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발하는 꽃다발이 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필요에 의해 다양하게 만드신 사람들이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는 여행을 하게 될 때 느끼는 기쁨과 보람은 말할 수 없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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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이젠나흐의 바르트부르크 성 내 루터가 1년간 피신해 있으면서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장소.
사람꽃여행
ㅡ회사 설립 이후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전 직장인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회원 수 300만 명이 넘는 큰 단체입니다. 이곳에서 7년간 근무하며 저는 한 가지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때 만난 모든 분이 제가 만든 여행을 매우 만족해하시며 저를 응원해 주셨는데, 제가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자연히 그분들도 많이 찾아 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고 6개월이 지나도 아무도 찾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침편지 여행과 연관이 있던 분들에게 연락 드려 홍보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1년을 버티며 경제적 어려움이 최고조가 되고, 사무실을 빼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도 중에 주님은 제게 ‘오병이어’의 예시를 주셨습니다. 그래서 꼭 15명 이상의 단체가 아니더라도 2명 이상이면 출발할 수 있는 가볍고 편한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전 직장에서 알게 된 손님 부부께서 연락을 주셨고, 두 분을 모시고 첫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손님이 모집되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찾아 주시는 단골분들과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3_22.jpgㅡ작년 종교개혁 성지 순례를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습니까.

“500년 전 종교개혁을 이끈 루터에게 동역자들이 없었다면 자신의 뜻을 많은 이에게 알리고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점입니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이 불같이 급하고 뜨거웠습니다. 그런 그에게 멜란히톤이란 지극히 이성적이고 학구적인 사람이 있었기에 모든 이야기를 체계화하고 구체화시킬 수 있었습니다.(사진=루터 데스마스크와 핸드프린트 ⓒ사람꽃여행)

아이슬레벤에 있는 루터 생가에 갔을 때 우연히 발견한 포스트 카드에는 지켜보며 듣는 루터와 발표하는 멜란히톤의 그림과 ‘Networking with Reformers(변혁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란 글씨가 있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한국CBMC 지회의 몇몇 회원분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는데 모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지회가 계속 강조해 온 킹덤컴퍼니 커넥팅도 바로 함께하는 동역자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500년 전 루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현재의 우리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ㅡ4월 유럽한인CBMC 대회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받은 은혜와 기대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올해 1월, 유럽대회의 여행 진행을 맡게 된 후 아직 참석자 모집이 안 된 상태에서 현지 숙소에 대한 게런티(확정)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꽤 큰 금액에 몇 명이 모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처음엔 난감했지만, 늘 그렇듯이 기도로 확답을 받고 의심치 않고 사인했습니다. 그리고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예상한 인원이 충족되어 얼마나 은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시는 전 세계 한인CBMC 회원님들의 사업장이 서로 커넥팅 되어 킹덤컴퍼니 네트워크가 전 세계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도합니다. 이 일에 ‘사람꽃여행’이 일조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22.jpgㅡ‘사람꽃여행’의 미래비전은 무엇인가요.

“위에서도 말씀 드렸듯 여행은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주변의 남도 잘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먼저는 전 세계의 한인CBMC 회원분들이 주님 안에서 한 울타리를 이루는데 기여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로까지 발전되는데 일조하면 좋겠습니다.”

ㅡ킹덤컴퍼니를 추구하는 동료 및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날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경험하며 살기 원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모든 생각과 몸과 감정이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매일 새벽 운동, 사람과의 만남, 취침 전 성경 읽기와 일기 쓰기 등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니다. 때로 놓치는 순간도 있지만, 그때마다 주님의 사랑을 붙들고 다시 저를 추스릅니다.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여행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나의 모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내가 모르던 나를 알게 된 순간 나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고, 인생이 풍요로워지며 주변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려면 여행 전에 잘 계획해야 하고, 좋은 선생을 만나야 하며, 좋은 동행자를 만나야 합니다. 여행 후에는 그 여행에 대한 소회를 정리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ad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