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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왕따 퇴치를 위한 학생들의 이야기(4)

기사입력 :2018-03-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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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마음껏 울게 해주었던 친구, 밤을 새워가며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았던 친구, 작은 말다툼으로 토라졌지만 금방 다시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던 친구, 모두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다. 이렇게 ‘친구’는 내 삶 속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며 수많은 성장과 힘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요즘 자신의 친구를 따돌리고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다른 친구를 왕따 시키는 행동이 당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괴로운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 결과를 자기가 수용할 수 있을 때 그 행동을 해도 마땅한 것이다.

학교폭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늘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던 주제이다. 더불어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같은 여러 학교폭력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모든 학교에서는 이러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매년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친구사랑 캠페인, 친구사랑 UCC/포스터/글쓰기 대회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지만,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친구의 소중함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인 학교폭력 예방법이나 대처법을 배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이러한 교내 활동들은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오히려 학교폭력 사태는 횟수뿐만이 아니라 그 강도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즉,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활동들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문점을 가지며 학교폭력이 점점 심해지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 공동체적, 사회적 관점에서 생각해보았다.

먼저, 개인적 관점에서의 요인은 ‘편견을 가지고 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편견은 왕따인 친구를 더 왕따로 만든다. 즉, 학교폭력 악순환의 주범이다. 우리는 이미 편견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특정 친구를 바라보고 있다. 같은 행동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진 친구가 하는 행동은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배척한다. 이러한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기에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그 친구에게도 보통 친구들을 대하듯 똑같이 대한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부족한 점, 고쳐야 할 문제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채 학교폭력을 당하는 건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하지만, 왕따를 당하는 친구의 모습 하나하나를 눈여겨보며 싫어하기보다는, 우리의 삐딱한 시선이 그 친구의 행동을 안 좋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니 다른 친구의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해서 이를 따돌리며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좋게 알려주고 서로 도우며 고쳐가야 한다.

두 번째, 작게는 같은 반, 크게는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의 ‘무관심’이 학교폭력을 더욱 악화시킨다. 학교폭력을 회피하는 시선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는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암묵적 동의와 지지가 되는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한 줄기의 희망조차 가차 없이 끊어버리는 칼이 된다. 한 공동체 내에서 생기는 학교폭력의 책임은 그 누구보다도 같은 공동체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 크게 뒤따른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알고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그들이다. 따라서, 만약 주변에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혹은 친구의 역할일 것이다.

마지막 요인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있는 경쟁 심리가 만연한 교육 열풍,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성적지상주의’이다. 학생들은 무한경쟁 사회에서 타인과 협력하고 어울리는 것이 아닌, 옆에 있는 친구를 견제하며 밟고 올라서는 것을 배운다. 더불어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판단하는데 성적에 큰 비중을 두는 관계로 학생들은 내신 받기에 급급할 따름이다. 많은 학부모님들 또한 자녀의 학교생활이 아닌 학업성적에만 관심을 가진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온 자녀에게 “오늘도 학교에서 재미있는 시간 보냈니?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니?”가 아니라 “성적은 나왔니? 몇 등 했니?”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타인을 배려하며 희생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닌, 하나라도 더 챙기며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마음만 갖게 된다. 결국 이러한 극단적 이기주의와 낮은 공감능력이 학교폭력을 야기하는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문제는 단순히 가·피해자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모두 함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o2.jpg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교내 또래상담자로 활동하며 나는 참 많은 친구들의 힘겹고 버거운 사연들을 접했다. 그중에는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 친구들이 바라는 것은 절대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작 그들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조그마한 관심과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였다. 혹시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다면, “힘내.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어보는 건 어떨까?

변수민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2학년
왕따없는세상운동본부 학생회원(http://outca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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