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집은 15층 아파트 맨 위층이었습니다. 하루는 옥상에 담배를 피우러 가서 제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 우리 명의의 집과 차, 인정 받고 있는 직장 생활 등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허한 제 마음은 채울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허전하지?’ 문득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분주하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바쁘게 살지? 나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살지?’

그러면서 ‘내가 밑으로 뛰어내리면 살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도 ‘뛰어내리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그러고 나서 또 혼자 상념에 잠겼습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장에 누가 찾아올까?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 가족 말고 누가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고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고,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습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마음의 감기’가 저에게도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1년여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이장우 3G테크놀러지 회장님이 저를 부르셔서 다시 한번 교회에 나가보라고 제안하셨습니다. “이 과장, 이제 교회에 나가야지! 나가서 새로 부임하시는 목사님도 도와주고, 무엇보다 이 과장과 가족을 위해서 나가야지….” 저는 여전히 갈등이 심했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주 목요일 저녁에는 우연히 이상도 3G테크놀러지 사장님과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1년에 절반 이상 해외로 뛰어다니시고, 음성 공장에 오시면 부서장님들과 회의하고 회식하느라 얼굴 뵙기도 힘든데 그날따라 사장님 혼자 계셨습니다. 사장님과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최근 힘든 심경도 말씀드렸습니다. “교회 다니라”는 이장우 회장님의 거듭된 제안에도 갈등이 생긴다는 말과 함께요.

한참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과장님, 저 믿고 한번 교회 가 보세요.” 속으로 또다시 ‘도대체 다들 나한테 왜 그러시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동시에 ‘아직 마음속 상처가 치유 안 됐는데, 이젠 꼼짝없이 다시 교회에 나가야 하나’라고 심각하게 고민되었습니다. 그날 집에 들어가며 생각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지. 그래, 한번 가 보자. 가보고 아니면 말지….’

그렇게 혼자 교회로 어렵게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회장님께서는 “교회 다녀왔다며?”라며 매우 기뻐하시더군요. 야단 듣는 것보다 칭찬 들으니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교회에 다니는데, 목사님과 성도님들도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고 드리게 되었습니다.

lys11.jpg약 3개월 후 성경공부방 모임에서 회장님이 다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 잘 되게 하려면 아이들도 데리고 교회에 가야지….” 그렇게 두 딸도 함께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교회에 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워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던 딸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잘 놀고, 발표도 잘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선생님들 아래에서 열심히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기뻤습니다.

다시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회장님은 제게 또 하나의 미션을 주셨습니다. “이 과장, 부인하고도 같이 다녀야지. 이 과장과 애들만 좋은 것 하면 안 되지. 부인도 같이 가야지?” 이건 매우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당시 아내는 지금과 달리 신앙적으로 매우 혼돈에 빠져 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영섭 ㈜다가올 차장(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