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범어 산스크리트어
▲범어(산스크리트어) ⓒCharl Folscher
요즘 인도의 몇몇 지역에서는 젊은이들 가운데 한글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IT 시대에 몇 개 되지 않는 자판으로 모든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알파벳이자 가장 과학적인 필기시스템이라는 극찬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요.

한글의 창제 때 인도에서 쓰이는 범어가 상당히 많이 창조되었다는 사실은 몇몇 학자를 통해서 주장되어 왔던 사실인데요. 올해 한국에서 상영되었던 '나랏말싸미'라는 영화는 한글창제의 주인공을 범어에 능통했던 신미대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영화는 역사 왜곡에 휩쓸리며 한글학계와 역사학계에서 정설로 자리 잡은 세종의 한글 창제 사실을 뒤집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고 영화 자체도 폭삭 망하고 말았습니다.

범어의 원어명인 산스크리트어는 '잘 정돈된 말' 또는 '세련된 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인도의 경전인 '리그 베다'에 쓰인 베다 산스크리트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발전된 형태의 산스크리트어를 고전 산스크리트어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 고전 산스크리트어의 문법 체계가 이미 기원전 4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자 문화권에서 범어(梵語)하고 하는 것은 브라만의 음역에서 유래한 것인데요. 카스트 제도하에서 가장 높은 카스트에 속하는 '브라만 계층이 사용하는 말' 또는 '브라만교의 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어는 표음문자로, 범어의 표기체계인 데와나가리(신의 문자)의 자음과 한글의 자음을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을 보면 한글의 자음이 혀나 입술 등의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떴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범어의 자음이 발음 기관에서 소리가 나는 위치에 따라 분류가 되었기 때문에 그 유사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세종대왕 때 편찬한 '동국정운'(1448)이라는 음운서를 보면 산스크리트어의 발음이 표기되어 있기도 한데요.

오늘날에도 산스크리트어는 28개 인도 공용어 중에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며, 많은 종교적 제문들이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산스크리트어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힌디를 매우 빨리 배우고 발음도 매우 정확하게 하는 편인데요. 서양인들이 하지 못하는 발음을 한국인들이 정확하게 하는 것을 보면 역사적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합니다. 역사적인 사실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힌디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한국교회가 인도에서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보면서 소망 가운데 감사를 드립니다.(yoonsik.lee2013@gmail.com)